11/22 남은 치킨 볶음

2024. 11. 24. 08:00밥먹는 일기

냉장고에 음식이 별로 안 남았다.
새로 장을 봐 오기에는 다음 주에 당장 거의 일주일을 나가 있을 거라 뭘 사 오기에도 애매하다.
 

생전 치킨의 모습이다

냉장고에 남은 치킨 3조각이 있다. 허벅다리로 3조각.
꺼내서 열어 손으로 뼈를 발라낸다. 되도록이면 껍질과 살이 한 조각으로 붙어있도록 노력하며 찢어본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
 
뼈를 버리고 난 뒤 냉장고를 열어 잠시 노려본다. 남은 야채라고는 양파 한쪽하고 반 뿐. 반쪽짜리 양파를 꺼내 채썬다.
최대한 얇게 써는 게 좋다. 그래야 썰 때 더 재미있다. 
 
양념은 간장 베이스이다. 일본식 덮밥 느낌의 맛을 내고 싶었다. 간장과 맛술, 굴소스와 설탕을 그릇에 넣고 설탕이 녹을 때까지 휘젓는다. 간장이 얼마 남지 않아 다 써버리고 싶은 마음에 간장을 많이 넣었다가 남은 치킨에도 이미 간이 되어 있는데 짠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을까 약간 조마조마했다.
 
갑자기 변덕이 생겨서 고추장을 넣고 싶어졌다. 매콤한 치킨 조림 같은 걸 만들고 싶었다. 이럴 땐 고추장보다는 그냥 고추가루를 듬뿍 넣는 게 덜 텁텁하고 맛있다. 숟가락 위에 수북하게 쌓아 한 숟갈 넣고 더 휘저어준다.
 
후라이팬에 감자튀김 튀기고 남겨둔 기름을 대충 붓고 찢은 치킨을 모두 올린다. 치킨의 형태일 때는 3조각이였는데 후라이팬을 가득 덮는다. 이런 치킨을 어제는 7조각을 먹었다는 사실에 잠시 놀란다.
 
강한 불에서 중간중간 뒤섞어주며 익힌다. 껍질이 가지고 있던 과거의 영광 같은 바삭함을 돌려놓으려 노력하되 살까지 과하게 튀겨져 육포같은 식감이 되면 안되기에 중간중간 집어먹어보며 확인한다.
 

제육같아 보인다

닭이 다시 바삭해졌다면 미리 섞어둔 양념을 붓는다. 조금씩 나누어 붓는다. 계량을 안 하고 만들 거라면 최소한 맛을 봐가면서 넣는 양심 정도는 가져줘야 한다. 양념을 붓고, 졸이고, 먹어보고. 더 붓고, 졸이고 먹어보기를 반복한다. 짜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다 넣고 방으로 돌아가 간장과 설탕을 더 추가했다.
 

밥과 잘 어울린다

야외 주방이라 어두워 음식을 보기가 힘들다. 휴대폰 손전등을 켜 색깔을 확인한다. 닭고기 튀김옷에 고운 고추가루가 잘 달라붙어 고추기름으로 변한 새빨간 기름과 함께 입맛도는 색깔을 만들어냈다. 성공이다.
 
선반에서 즉석 밥 하나를 꺼내 돌려오고 후라이팬 째 식탁에 올려 밥과 함께 먹는다. 부드러운 허벅다리살과 새빨개진 껍질, 잘 볶여 흐물한 국수같이 변한 양파를 함께 잘 집어 밥과 먹으면 남은 치킨이지만 어제 먹은 갓 튀긴 치킨보다도 더 맛있다.
 
기름, 양파, 치킨 모두가 사용하고 남겨진 재료들이였지만 함께 모여 완벽한 식사를 만들어 냈다. 남은 치킨은 남은 치킨만의 즐거움이 있다. 다른 음식들도 그런 경우가 많다. 그래서 크고 싼 음식을 시키고 남겨두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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