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 3일차

2024. 10. 24. 15:50여행

별로 한 게 많진 않았던 거 같은 마지막 날이다. 
 
비슷하게 8시쯤 눈은 떴는데 더 뒹굴거리다 9시 반쯤 정말로 일어난 듯. 뒹굴거리면서 늦은 아침으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했다. 구글 지도를 뒤져보다 갑자기 발견한 쌀국수집. 어디서인지 미국에서 먹는 쌀국수가 그렇게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나 바로 향하기로 마음을 다잡고 짐을 다 싸들고 발걸음에 나섰다. 
 
하지만 대부분의 꾸리꾸리한 쌀국수집들의 공통점으로 현금을 받으려 하고(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돈을 더 붙인다던지), 심하면 현금이 아니면 결제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어 현금이 필요했다. 내가 가려는 곳은 후자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체이스 은행 atm을 들렀다가 쭉 가려고 했는데... ATM이 하나도 안 열었다. 두 군데나 가 봤는데도 모두 주말에는 아예 닫아 있더라. 알아 보니, 치안이 좋지 않은 다운타운에서는 ATM이 24시간이 아니고 특히 주말에는 아예 닫아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개망해서 약간 방황하다가, fee가 있긴 해도 카드 결제가 되는 다른 쌀국수집을 찾아 이동했다.
 

근데 리뷰에 근처 거리의 치안에 대한 얘기가 엄청 많아서 걱정했는데, 걸어서 갔음에도 뭐 별 느낌은 없었다. 나도 이제 현지화가 되어 가는 건가? 생각난 김에 미국 길거리 안전에 대해 말하자면 별로 신경을 안 쓰면 안 쓸수록 안전해지는 것 같다. 오히려 엄청 눈길 주고, 더럽다고 생각하는 거 티내고, 무서워하면 더 자극이 될 확률이 높다 생각한다. 근데 가끔씩 중얼중얼거리고 소리지르고 나한테 말거는건가? 싶은 노숙자들은 무섭다. 아무튼 이번엔 위험한 거리라더니 노숙자 거의 한명도 못봐서 실망? 했다.
 

들어간 쌀국수 집은 굉장히 맛집의 분위기가 났다. 조그만 식당에 복층으로 자리는 크기에 비해서는 많았고 앞쪽에선 김밥집 감성으로 주방이 튀어나와있어 아주머니들이 고기 썰고 계신다. 들어가서 위층에 자리를 안내받고 라지 콤비네이션 쌀국수를 주문. 사실 양지가 걍 젤 맛있을 거 같은데 일단 다 먹어봐야 하니까 건더기가 이거저거 다 든거로 시켰다. 라지 사이즈 크기를 물어봤더니 옆 테이블의 잔반을 가리키면서 저거라고 하셨다. 좀 크긴 한데 먹을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냥 라지로 시켰다. 대충 홍콩반점 짬뽕 곱배기 시키면 나오는 그릇이랑 비슷한 모양에 10%정도 더 작은 느낌?
 

당황했다

음식 시키니까 갑자기 숙주랑 풀때기랑 레몬같은걸 줬는데 처음엔 그냥 써비스로 나오는 샐러드인가 하고 약간 벙쪘었다. 근데 눈치보다가 사실 쌀국수에 넣어 먹으라고 준 거라는걸 알게 됐다. 이건 좀 신기했음. 숙주가 좀 특이하게 엄청 굵다. 거의 해물찜 콩나물급 굵기다. 아무튼 쌀국수가 나오자마자 허겁지겁 야채 때려넣고 먹었다. 고기랑 내장 건더기가 말도 안되게 많다. 면이랑 양이 비슷하다고 느껴짐. 국물도 대빵 깊었다. 미국에서 이런 국물을 다시 먹을 수 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앞으로 여행 가서도 자주 먹게 될 거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소 내장은 좀 못 먹는 건 아닌데 그냥 가격이 같을 거면 고기나 더 많이 먹자 싶었다. 좀 걸리적거렸음. 너무 기름덩어리같이 되어버리기도 했고. 다음엔 아마 양지. 미트볼 위주로 고를 거 같다. 아무튼 면은 싹싹 긁어 먹었고 국물까지 다 먹기는 실패했다. 솔직히 막판엔 찐한 국물이 약간 질렸다. 약간 식어서 더 그랬던 것 같음. 아 글고 양지 고기가 진짜 개 맛있다. 부드럽고 두껍고 크고 대박임 암튼. 오히려 미국의 풍족한 소고기와 만나 현지화가 너무 잘 된 거 같은 쌀국수였다. 
 
심지어 따땃한 차도 기본 제공에 당연히 팁도 없고 후다닥 들어가서 후루룩 먹고 호다닥 나갈 수 있는.. 가격도 14불 정도 나왔던 거로 기억하는데 진짜 미국 외식의 희망이였다. 진짜 신나긴 했었나 보다 밥 한끼에 몇 줄을 적는 거지
 
그러고는 스윽 메인 거리인 market st.로 나와 다시 방황을 시작함. 처음엔 블루보틀 커피 가보려고 간 거였는데, 가 보니 뜨거운 커피만 팔아서 바로 걸렀다. 커피 맛 알 게 뭐야. 난 시원한 커피가 먹고 싶은데. 바로 건너편에 좀 걸어가면 있는 맥도날드에서 라지 아이스 커피 사먹었다. 보통 deal로 1달러에 팔아서 라지로 바꾸고 머 지역마다 가격 달르다고 억까당하고 해도 2달러 안에 먹을 수 있는 개꿀 아이템이다. 의외로 브루잉 커피는 맥날꺼도 맛이 괜찮다. 그대로 들고 20분? 30분? 더 걸어서 항구 쪽으로 이동했다. 금문교 다음으로 하나 더 있는 다리인 베이 브릿지를 보기 위함.
 

어쩌면 금문교보다 이쁠수도 있다

근데 걸어서 올라가 보았던 금문교와 달리 베이 브릿지는 관상용이다.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 중간의 섬과 오클랜드 쪽 사이 구간은 걸을 수 있다 하는데 샌프란시스코 쪽은 걸을 수 없다. 그래서 그냥 근처 항구에 의자를 잡고 음악 듣고 커피 먹고 하면서 다리 구경 했다. 한 한시간 앉아있었나 그랬다. 여기 다리도 이쁘긴 하다. 근데 여기는 이제 밤에 불빛 켜지면 엄청 이뻐지는 그런 거라서, 밤에 보는 게 더 나을 듯. 갈 사람이 있다면 낮에 금문교를 보고 밤에 베이 브릿지를 보도록 하자. 
 

이상함을 감지하기 시작함

이 다음부터가 개 웃긴다. 원래 혼자 + 걸어다니기 위주의 여행이라 항상 방황?을 자주 하는데, 진짜 역대급 방황이였음. 이제 계획은 차이나타운에 가서 뭔가 포장해다가 공원에서 여유롭게 싹싹 먹고 또 슬쩍 내려가면서 그 구불구불 길 (이름이 기억 안난다) 이라던지 페인티드 레이디스 같은 도심쪽 쪼매난 볼거리 포인트들 싹 찍고 오자 뭐 그런 거였다. 그래서 차이나 타운 잘 들어가서 중국중국한 입구 게이트 사진도 찍고, 가면서 이제 기프트샵들 둘러보다가 가방에 꽂을 핀도 사고, 쭉 더 걸어가서 점심으로 먹을 딤섬까지 구매했다. 근데 딤섬 사러 갈 때쯤부터 먼가 거리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ㅋㅋㅋㅋ 이제 딤섬을 먹으러 스퀘어 쪽으로 올라가는데 이상함의 정체가 드러났다. 차이나 타운과 리틀 이탈리가 붙어있는데, 저 리틀 이탈리 지역을 중심으로 사실상 샌프란시스코 위쪽 동네 전체가 엄청 큰 퍼레이드 축제를 열고 있던 거였다. 갑자기 열리는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거리를 꽉 채워서 바깥에서 식사를 하고 있고, 도로에는 군인, 경찰, 그냥 아무 사람들, 등등등이 줄지어서 행진하고 요상하게 장식한 자동차들이 따라가고.. 진짜 개웃겼다 ㅋㅋㅋ 멋있었음. 특히 어린 애들이 구경하고 있으면 쪼매난 장난감 같은 걸 던져주는게 좀 따뜻했다. 
 

그냥그냥 먹을 만 했다
빡쳐서 찍었다

그래서 사람이 너무 많긴 하지만 어케어케 벤치에 자리를 찾아 밥을 먹으며 더 구경했다. 이때까진 오히려 좋아였음. 아니 노린 적도 없는데 축제라니 너무 좋잖아 그런 마인드. 근데 이곳에서 빠져 나가는게 너무 힘들었다. 도로가 다 통제되고 통제가 안 된 도로여도 이제 통제의 영향으로 교통 체증이 장난이 아니였다.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데도 엄청 오르막 올라가고 도착해서도 차가 막혀서 버스를 엄청 기다렸다. 이 때 거의 체력이 바닥이 났다. 진짜 거의 1시간 걸어다닌 듯. 근데 가는 길에 너무 목말라서 별 생각 없이 세븐일레븐에서 음료수 한 컵을 샀는데, 내가 사는곳에선 1달러도 안 하고 심지어 엘에이에서도 1달러 조금 넘게 해서 사먹던 거였는데 3달러가 나와서 엄청 어이없었다. 좀 심각했음. 
 

그래도 이런 데가 찍어놓고 나면 나중에 기억난다

우째 우째 버스 노선이 맞아서 도착한 페인티드 레이디스. 똑같은 모양의 집들이 오와 열을 맞춰서 언덕을 따라 무지개색처럼 총천연색으로 따다다닥 지어져 있다. 건너편엔 큰 공원이 있어서 집에다가 눈빛 노려보기를 하고 있기가 좋다. 근데 사실 저 집 자체는 이쁘긴 한데 저거랑 비슷하거나 더 이쁜 풍경이 일반 길가에도 많다. 사실 걍 도시 자체가 이쁘다. 그래서 찾아보니 저곳이 유명한 이유는 미국 tv쇼 같은 데에 배경으로 많이 나왔다는 듯. 뭘까 무한도전 팬들이 여의도 공원을 보는 기분이려나 싶다.
 
시간이 뭔가 애매하게 어디 한개정도 더 보고 올 수 있으려나 싶은 시간이였는데, 그냥 공항에 일찍 가기로 결정하고 공항으로 바로 기차 타고 갔다. 한 3시간인가 전에 도착했던 거로 기억한다. 근데 이게 시간이 아까운 거 같아도 그냥그냥 미리 가 있는거도 괜찮은 거 같았다. 그냥 자리 딱 잡아두고 충전기 꼽고 노트북 만지작 거리고 있다가 타는게 허겁지겁 급하게 가서 타는 거보다 나은 거 같다. 앞으로도 여행 갈 때 마지막 날에는 욕심 안 부리고 간단하게 하고 비행기 타러 가야겠다. 
 
왤케 쓸모없는 얘기를 하고 있지? 아무튼 그렇게 샌프란시스코 여행도 끝났다. 다음엔 시애틀에 갔다 올 예정이다. ㅂ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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