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13. 14:26ㆍ여행
저번 샌디에이고 여행 이후 아 여행 최고야를 시전하며 바로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했다. 저번이랑 비슷하게 프론티어 항공사를 이용했지만, 돌아오는 편은 투손 공항행 직항으로 끊은게 포인트다. 저번에 버스에서 많이 데이고 생각이 많아졌다.

피닉스 공항에서의 출발 시각이 12시 언저리여서 11시까지는 공항에 도착해야 했는데, 버스 일정이 잘 안맞아서 완전 아침 버스를 타야 했다. 그래서 5시에 일어나느라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좋았던 점은 완전 해도 안 뜬 새벽에 일어나니 원래도 잘 보이는 별이 정말 밝게 보였다. 일어나자마자 약간 감탄했다. 투손의 가장 좋은 점이다.
아무튼 버스에서는 약간 정류장을 놓칠까봐 잠을 좀 참으려고 노력했다. 근데 결국은 중간에 좀 잤던 것 같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가다가 갑자기 버스가 피닉스의 애리조나 주립대 근처에 서있길래 화들짝 놀라 호다닥 내려가서 공항 혹시 이미 지나갔냐고 물어봤는데 아직 안 갔다 그래서 좀 뻘쭘했다. 저 때 머릿속으로 우버 잡아서 공항 가는 상상까지 했었다. ㅋㅋㅋㅋ

버스는 9시 25분에 도착했는데, 비행기 탑승 시간까지 2시간 정도 남아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저번 샌디에이고 여행 때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었는데, 비행기 내리고 이동하고 하다 보면 거의 4시가 다 되어서 아예 굶으면 좀 힘들다는걸 깨달았다. 아침으로 공항 근처 버거킹에서 맥모닝 비스무레한 샌드위치 두 개를 먹었다. 5달러였는데, 딱 가격만큼의 맛이였다. 버거킹이랑 맥도날드는 요즘 셀프 음료수 디스펜서를 빼놔서 좀 비호감이다. 저게 내가 패스트 푸드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인데..
비행기는 뭐 큰 일 없이 잘 타고 도착했다. 비행기 안에서 라라랜드를 봤다. 근데 라라랜드는 약간 마지막에 딱 재즈바에서 마주친 다음에 휘리리릭 넘어가는 에필로그가 제일 명장면인데 딱 그거 나올 때 비행기가 도착해서 일어나 나가느라 흐름이 끊겼다 ㅠㅠ 그래도 언제 봐도 진짜 좋은 영화인듯.

공항이 도심지에서 꽤 떨어져 있어 조금 걱정했었는데, 공항에서 바로 이어지는 전철역에서 기차를 타면 바로 다운타운 중심지에 떨궈준다. 정말 여태껏 갔던 미국 공항중에 연결성 원탑이였다. 요금은 10.5달러인데, 다른 여행지들에서 우버값 쓰던 걸 생각하면 하나도 아깝지 않은 돈이다. 지하철은 시간대가 한낮이라 그런 걸 수 있는데, 깔끔하고, 대마 냄새 안나고, 편하게 갈 수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아침을 먹었는데도 너무 배고파서 점찍어둔 스테이크 집으로 바로 출발했다. 딱히 출발은 아닌게 지하철역 바로 옆이라 그냥 내리자마자 가서 먹었다. Tad's Steakhouse라는 곳인데, 뉴욕세끼 숏츠에서 가성비 스테이크집으로 소개된 걸 보고 찍어뒀던 집이다. 일단 메뉴 가격 자체가 샐러드, 빵, 사이드 포함된 스테이크 1인분이 30달러 선으로 정말 싸고, 카운터에 직접 가서 주문하고 음식을 받는 형식이라 팁이 없다! 원래 같으면 스테이크 값 40달러대 + 샐러드 값 몇 달러 + 팁 해서 50~60불을 쓰게 되는 게 스테이크하우스인데 굉장히 착한 가격이다. 스테이크 종류는 그다지 많지 않고 싯가라고 적혀있는 립아이와 스페셜 컷이라고 하는 시그니처 스페셜 어쩌구 스테이크가 있었는데 어쩌구를 주문했다.
스테이크는 그릴에 구워서 격자 모양 자국을 낸 뼈 붙은 채끝(아마도, 확실치는 않다)이였다. 두께는 1센치가 약간 넘는 정도. 단면 사진을 위에다가 넣어둘 건데, 보면 알겠지만 진짜 잘 구웠다. 고기가 한우처럼 기름 쫘악 박힌 고기는 아니지만, 육향이 잘 났고 부드러우면서 위에 올라간 버터 향과 어우러져서 진짜 맛있었다. 근데 막 입에서 살살 녹는 고기를 기대했다면 실망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 취향에는 100% 만족이였다. 사이드와 마늘빵 두 조각까지 같이 나와서 양이 적은 사람은 다 못 먹을 수 있을 듯.

근데 비행기에서 내릴 때부터 영화를 봐서 그런지, 모자가 긴고아마냥 머리를 좀 조이고 있었는지 머리가 지끈거렸었다. 밥 먹고 나니 갑자기 확 심해져서 뒤에 아무것도 못하고 바로 숙소로 일단 직행했다. 근데 또 여행욕심 못 버리고 한 30분 거리를 걸어서 이동하기로 했다. 원래는 California st.가 언덕 길이라 아래쪽에서 위로 싹 찍으면 죽음이라고 해서 한번 가보려고 그쪽 길을 향해서 갔다. 가면서도 샌프란시스코 특유의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비탈길들이 주는 특유의 풍경들이 재밌어서 보면서 걸어다니는 맛이 있었다. 또, 건물들이 무슨 풍인지 이름은 모르는데 되게 비슷하게 이쁘게 되어있어서 참 좋다. 근데 아쉽게도, 저 사진 찍으려던 부분은 내가 갈 길이랑 맞지 않다는걸 깨닫고 그냥 숙소를 향해 쭉 걸어갔다. 근데 오히려 좋은게 가는 길에 1) 토니 베넷 동상이랑 2) 대성당을 마주쳐서 되게 좋았다. 걸어가면 이런 게 좋다. 저 동상 덕분에 잊고 있던 노래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가 생각나서 이번 여행 내내 20번은 들은 거 같다.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빠르게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가서 두 시간 정도 잤다. 근데 체크인 할 때 좀 머리 아프고 지쳐있는게 표정에 드러났는지 아주머니가 피곤하냐 물어보셨다 ㅋㅋㅋ 진짜 피곤하긴 했었다. 숙소는 1박 30달러도 안 되는 돈에 예약한 레전드 가성비 숙소였다. 2층 침대가 약간 캡슐 호텔처럼 상자같이 되어있는데, 약간 관짝같긴 하지만서도 오히려 프라이버시 보장이라 좋았다. 가격이 낮은데도 약간 아 개같은데 싸서 참는다 이런 포인트 없이 전반적으로 좋았어서 완전 추천이다.

자고 일어나니 한 6시 반 정도 됐던 것 같다. 잠시 라운지에 가서 게임 속 할 일들을 하고 7시 반쯤 생각을 하다가 이대로 하루를 끝내는 건 아닌 거 같아 야경이라도 보고 오자 하고 트윈 피크스로 갔다. 도시 한복판에 있는 높은 언덕? 산? 같은 곳속 공원인데, 도시 전체가 다 보이는 곳이라 해서 가보았다. 버스를 타고 가서 막판에는 직접 걸어가야 했는데, 와중에 애플 지도의 인도를 받아 갔던 계단으로 된 샛길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으면서 갔다. 근데 그 다음엔 막다른 길로 데려가서 좀 짱났다. 일반 미국 도시 길 구조는 완전 그리드로다가 딱딱 오와 열이 맞춰져있어서 하나도 혼란스럽지 않은데, 이번에 간 트윈 피크스 근처라던지, 약간 GTA5 맵으로 치면 락포드 힐즈의 고급 주택가 같은 곳들은 길이 되게 꼬여있다. 지도랑 다른 경우도 많아서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도착해서 본 야경은 정말 대박이였다. 사실 도착하기 전에도 이미 많이 높이 와있었어서 스포일러를 좀 당하긴 했었다. 맨 뒤에 보이는 베이 브릿지도 좋고 (금문교는 불을 안 달아놔서 안 보인다), 가운데에 메인 큰 길이 확 강조되어 보이는 모습이 특이해서 기억에 남는다. 야경들이 은근 도시마다 다 다른 점이 있어서 재밌는 것 같다. 근데 좀 조용한 음악을 들으면서 야경 보고 있으려고 했는데 군데 군데마다 노래를 시끄럽게 틀고 술 먹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곤란한 부분도 있었다.
돌아올 때는 시간이 늦어져서 우버를 타고 갔다. 갈 때 중간에 버스를 환승하던 곳에 조그마한 광장 같은 공간이 있었는데, 저녁 8시쯤이였는데도 이미 홈리스 분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걸 보고 샌프란시스코가 좀 쉽지 않아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밤에는 더더욱 다니기가 어려워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우버를 타고 갔다. 근데 공원에서 바로 잡았을 땐 30달러였는데 한 15분 정도 걸어서 내려가 큰 길에서 잡으니 18달러였다. 약간 우버 시스템을 뚫어낸 느낌이라 기분이 좋았다. 사실은 올라오면서 계속 우버비 변화를 체크해 뒀었다. 진짜 짠내나긴 하는 듯.
머리가 아파서 하루를 날린 게 아닌가 싶었는데, 생각보다 잘 즐긴 하루였던 듯 싶다. 밤에 숙소에서 나갈 결심을 한 게 좋았던 것 같다. 나중에도 이런 거 갈까말까 싶으면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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